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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허지웅 <버티는 삶에 관하여>


글쓰는 허지웅이 5년 만에 퍼내는 에세이집 

<버티는 삶에 관하여>


이 책은 버티는 것만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처세라 여겨 왔고, 앞으로도 딱히 별 방도가 없다 여기는 허지웅의 인생사 중간 갈무리다. 허지웅이 그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개인적인 글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방송인 허지웅이 아닌 글 쓰는 허지웅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기억, 20대 시절 그가 맨몸으로 세상에 나와 버틴 경험들과 함께, 소용돌이 가득한 이 시대의 한 사람의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견디고 화내고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며 써내려왔던 글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간절히 버티고 싶은 이에게, 그러나 갈수록 점점 더 버티기 힘들어질 이 세상에서 끝내 어떻게든 버텨야만 할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해, 허지웅이 들려주는 가끔 울컥하고 때론 신랄한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지은이 ㅣ 허지웅

 

목차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

 

출처 네이버 책 소개

 

생각에 거침이 없다. 그의 이야기는 왠지 새롭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다 읽데 된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 는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글을 쓰다보면 꽤 괜찮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워버릴 때가 있는데, 이는 고심해서 써 내려간 글이 타인에 의해 평가절하 될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단순하게 일기를 써 내려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읽는 타인의 시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비공개로 저장되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글이 한 가득인걸 보면 말이다.

 

결국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내가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인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글이었음에 분명하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문장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으로 삶을 바라보는지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직선적이고 냉소적이지만 따스한 이 책의 저자는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그러나 당당하다.

 

부끄러울것도 그렇다고 자랑할 것도 아닌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나도 안다. 나는 냉소적인 사람이다. 나는 대개 만사가 짜증스럽다. 기부한다고 하면 손뼉을 치다가 기부가 필요 없는 체제를 만들고자 주장하면 빨갱이라 욕하는 알량함이 우습다. 비닐하우스에서 라면 먹고 금메달 딴 이야기가 공동체의 부끄러움이 아닌 미담이 되어, 1등이 되지 못한 다른 이들이 그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버리는 풍경이 꼴사납다. 진심이니 상식이니 시민의 힘이니 국민의 명령이니 그저 맹목적으로 뜨겁고 자기만 옳은 정치수사들과, 상대를 절대악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정의로운 자들로 가득 찬 인터넷 게시판을 폭파시키고 싶다. 이런 항문에 팟캐스트를 처박을 놈들. 짜증이 어느 선을 넘으면 도피처가 필요하다. 그럴 때 보통 공포영화를 틀어놓는다. 네놈들을 살려두기에는 쌀이 아깝다. 이런 척추를 뽑아 뼈와 살을 발라내 대패로 젖꼭지를. 그러다 곰인형처럼 잠이 든다.

뚜렷하게 드러나는 그의 색은 강렬하다. 날 것의 조각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사회의 이슈들을 끄집어 스스로 대변인을 자처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자들에게 던져지는 돌. 견해에 옳고 그름이란 어차피 없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온통 제각각이니 말이다.

 

기준이란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한계치를 설정해 놓은 일종의 수치일 뿐,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러나 후련했다. 글을 읽는 내내.

 

 

뉴스를 보다보면 세상의 속살이 드러나 그 추찹함과 헐거움, 촌스러움에 치를 떨게 될 때가 있다. 나는 그게 근본적으로 서루 앞다투어 멋지고 잘났고 괜찮고 근사하고 옳다고 믿는 사람들 투성이라 초래된 세상이라고 본다. 그것이 체계 안의 인간이기 때문이든, 태생적 한계이든 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모순적이고 흠결투성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자신의 흠결을 들여다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 세계의 그 어떤 분야에 대해서도 고쳐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아가 남의 흠결을 공격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제일 별로라고 말하고 다닌다. 너도 사실 별로라고 말하려고.

 

글에서 보여지듯 그는 냉소적이며, 비판적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뎌왔던 시간들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삶과 마주하다 보면, 탄성이 내뱉어진다. 용감하다. 그러나 자신의 가장 오래고 아픈 기억을 내세운 대목에서는, 세상의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의 마음과 함께, 살아온 나날들의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외삼촌이 우리 엄마의 뺨을 사정없이 내려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외숙모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냥 그대로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머리가 띵 하고 땀이 났다. 내가 온 것을 눈치채고 외삼촌은 손을 거두었다. 나는 그 큰 평수의 아파트 거실을 천천히 가로질로 엄마 앞에 섰다. 엄마는 울고 잇었다. 저쪽의 방에선 나와 동갑인 사촌 여자애가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저 여자 좀 우리집에 오지 말라고 해!

 

상처받은 가슴을 그대로 둔 채 인생을 살아간다는 그. 제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의 페이지를 넘기며, 저자의 아픔을 함께 껴안는다. 사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 흔쾌히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글쓰는 허지웅. 별것 아닌 재주로 먹고 살아 온 그의 인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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