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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모로코

모로코, 에사우이라 <모로코의 전통 요리 타진, Tajin을 맛보다>

아프리카 여행의 시작 , 모로코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모로코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아프리카의 더위에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친다. 마라케시 공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을 마주하며 메디나에 도착한 우리.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신경질적인 사람들의 호객행위는 낯설기만 한데, 미로 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마라케시의 메디나에서 숙소를 찾아가는 것이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고작해야 몇 십분 정도 메디나 근처에서 서성거렸을 뿐인데 좁은 골목길 사이를 지나는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섞여 온통 난장판인 이 곳에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에서 소개된 마라케시의 '메나라 공항" 의 한적한 모습


모로코는 아프리카 북서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식 명칭은 모로코왕국(Kingdom of Morocco)이다. 수도는 라바트이며 아랍족이 인구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이 35%이고 나머지는 흑인, 유럽인, 유태인 등이다. 모로코는 이슬람이 국교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곧 나라 전체가 라마단 기간(2017년 기준 5월26일-6월24일)에 접어들게 된다. 3주 정도의 모로코 여행 일정 중 대부분의 시간을 라마단 기간에 보내야 했던 우리는 그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조용한 항구도시, 에사우이라에 머물며 모로코에 적응해 보기로 했다. 


조용한 항구 도시, 에사우이라 


복잡하고 정신없던 마라케시를 뒤로 한 채, 다음날 곧장 에사우이라로 향했다. 에사우이라는 마라케시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항구도시다. 외세의 침략을 견디며 항구 도시로 번영한 이 곳은 온갖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를 마주한 채 서있는 이 도시에는 하얀색으로 칠해진 회벽집과 파란색 대문으로 장식한 건물들이 메디나를 중심으로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가 보기 좋았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에사우이라의 메디나(Medina)


에사우이라의 메디나는 마라케시에 비해 잘 정돈되어 있었고,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탓에 기분이 좋았다. 해가 중천에 뜨는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탓에 여행하기에도 훨씬 수월했던 에사우이라. 우리는 평화롭고 한적한 이 곳에서 5일 정도 머물기로 했다. 


낡은 회벽집과 파란 대문이 조화롭다.


우리가 머물게 된 숙소는 메디나 안쪽에 위치한 모로코 전통 가옥인 리아드(Riad)를 개조한 호스텔로, 건물 자체가 매우 높고 사방이 벽으로 둘러 쌓인 'ㅁ' 자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있는 창문이 없어 겉에서 볼 때는 다소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건물 안쪽 중앙에 작은 정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꾸며놓은 공간이 있고, 일층에서 파란 하늘을 그대로 올려다 볼 수 있도록 천장이 뚤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아프리카의 무더운 날씨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바깥에 비해 서늘하고 먼지나 모래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모로코에서는 이런 전통 가옥 형태의 숙소(Riad)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로코의 전통 요리를 맛보다 에사우이라 맛집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슬슬 배가 고프다. 사실 모로코 여행은 아무런 계획 없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든지 바꿔도 그만인 일정 중에 그저 마음에 드는 도시에 오래 머물고 싶었을 뿐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디로 가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일단 밥이나 먹자' 라는 신랑의 말에 그냥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수 밖에. 숙소 주인에게 대략적인 메디나에 대한 소개를 듣고 가장 번잡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로코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전통 요리 타진(Tajin)과 쿠스쿠스(Cuscus)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모든 식당이 거의 같은 메뉴를 팔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어딜가나 우리에겐 마찬가지 였다. 그 중 파란색 대문과 실내 장식이 너무 예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곧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온다.

 

식전빵과 올리브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모로코 전통 빵과 매콤한 향신료를 섞은 올리브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혹시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하는건 아닌지 조심스레 여쭤봤지만 절대 그런일은 없다며 손을 세차게 흔드는 모습에 약간 미안해 졌다. 안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저렇게 큰 빵을 얻어 먹으려니 괜히 눈치가 보였지만 주문 후 40분이 지나서야 나온 타진(Tajin)을 기다리며 '아, 이래서 주는거구나' 싶었던 우리는 올리브 씨까지 씹어먹을 기세였다. 모로코에서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으려면 먼저 인내심을 조금 길러야 할 것 같다. 


특이하게 생긴 원뿔모양의 뚜껑을 열면, 각종 고기와 채소들을 푹 쪄서 만든 타진(Tajin)을 맛 볼 수 있는데, 이를 담아내는 그릇의 명칭 또한 타진(Tajin)이다. 


타진(Tajin)은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야채의 수분을 이용하여 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소고기를 주 재료로 하는 타진을 주문한 우리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했다. 조금 싱거운 소갈비찜 맛이 나긴 했지만 익숙한 맛이었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 삶아낸 고기라 입 안에서 그대로 녹아버리는 고기의 식감이 일품이었다. 푹 익은 감자와 당근도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가격은 55DH(한화 약 6,000원)


가성비 좋은 에사우이라의 맛집 THE COAST 


모로코의 음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타진(Tajin)과 쿠스쿠스(Couscous). 앞서 선보인 타진은 대표적으로 닭고기와 양고기, 또는 두가지를 야채와 함께 섞어 찌는데 얼큰한 맛이 살짝 감돌아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고 한다. 쿠스쿠스는 원래 사막의 베르베르족이 주로 먹는 음식으로 보통 쌀의 반 정도 되는 밀가루 알갱이를 이용한 음식인데 색상도 다양하다. 또한 타진을 담는 그릇도 타진이라고 불리는 데, 열쇠고리 부터 시작해 이 그릇의 모양을 본따 만든 관광상품이 즐비한다. 하지만 모로코의 대표음식이라고 불리우는 이 두가지 음식의 맛은 대체적으로 비슷해서, 모로코에 체류한 3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먹다보니 한국음식이 많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음식이다 보니 대부분의 식당이 모두 같은 메뉴들이다. 



아주 소소한 여행 TIP



마라케시에서 에사우이라 가는 법 ㅣ마라케시의 메디나 중심에서 수프라 투어(버스회사) 까지는 도보 약 4km정도로, 택시를 타고 이동할 경우 20DH-30DH에 흥정이 가능하다. 수프라 투어는 마라케시 기차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곳 터미널에서 에사우이라로 가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에사우이라는 마라케시에서 당일치기로 많이 가는 곳이라 미리 표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인당 75DH 이며, 짐이 있을경우 5DH 을 추가로 내야한다. 터미널 바로 옆쪽으로 짐을 부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출발 30분전에 가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마라케시에서 에사우이라까지는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에사우이라(Essauira)의 버스터미널


또한 에사우이라 터미널에 내리면 가장 먼저 빈 수레를 끌고 몰려드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을 만나게 된다. 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호텔이나 숙소를 물어보고 짐을 실어 숙소까지 데려다 준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터미널에서 메디나까지는 상당히 가깝다. 일단 메디나에 들어가 상인들에게 숙소를 물어보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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