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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살아보기

시드니 근교 키아마(Kiama) , 푸른 바다와 하얀 등대가 있는 곳

'바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만드는 곳' 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곳 키아마(Kiama)는 시드니 도심에서 기차를 타고 약 2시간 가량 걸린다. 몇 년간 혼자 생일을 보내야 했던 딸이 안쓰러웠는지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며 먼 길을 찾아온 엄마와 어색하게 손을 잡고 걷던 그 곳에 대한 추억이 벌써 아련하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어딜 자꾸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그 동안 걱정이 많았을 엄마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키아마(Kiama), 기차역


시드니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 키아마(Kiama) 


키아마(Kiama)는 시드니 외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잘 알려진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평화롭고 고요했다. 엄마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이 곳에서의 활짝 핀 꽃들이 생소하고 신기했는지 자꾸 발걸음을 멈춘다. 이 때가 10월이였으니 한국에서는 나뭇잎이 떨어지는 가을이었을테지.  


꽃이 피기 시작한 호주, 10월의 봄 


탁 트인 시야에 맑은 공기가 우리의 기분을 한 껏 들뜨게 한다.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걷다가 지치면 아무 곳이나 앉아 쉴 수 있는 이 곳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엄마와의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딜 가나 아이처럼 좋아하며 웃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그 동안 왜 이런 좋은 것들을 함께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약간 슬퍼졌다.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


저 멀리 보이는 등대의 모습


키아마(Kiama)의 하얀 등대


하얀 등대가 바다와 잘 어울리는 곳.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한참을 그 앞에서 포즈를 잡으시더니, 결국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이 곳에서 단 한 장의 사진도 맘에 들지 않았던 엄마는 실망한 표정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아버린다. 그래도 시원한 그늘에서 미리 사온 김밥과 간식들을 꺼내놓고 앉아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다. 


엄마와 함께 한 여유로운 하루 


키아마는 블루홀(Blowhole) 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화강함 사이의 구멍을 통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말한다. 바람이 부는 탓에 멋진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던 엄마도 솟아오르는 파도의 크기에 놀라며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즐거워 한다. 사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파도가 약해서 한 시간 동안이나 기다리고도 보지 못해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었는데, 한번도 아닌 계속해서 솟구치는 파도의 모습이 너무 신기해 한참 동안을 바라봤다. 


블루홀(Blowhole)


구멍 사이로 솟구치는 파도 


마을 근처에는 산책로가 따로 마련 되어 있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시간이 참 좋았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엄마와 함께 걷는 이 길. 그래, 그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순간들이 있지. 마주치면 언제나 짜증부터 내고, 투정부리기 일수였는데 이 날 만큼은 세상 제일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키아마(Kiama)의 작은 항구


산책 하기 좋은 날 


갈매기마저 여유로워 보이는 구나


6년 전, 호주로 간다는 딸에게 도대체 왜 사서 고생을 하러 가는건지 모르겠다며 내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엄마가 이제는 이 곳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그치? 좋지 엄마, 우리 여기서 같이 살까?' 라고 묻는 나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엄마. 이제 와 생각해보니 꼭 이 곳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니었을것같다. 엄마도 딸과 함께 보낸 이 시간들이 좋았겠지. 이 곳에서는 이런 소중한 시간들을 많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신거겠지. 왜 이제서야 이런 것들이 이해가 되고 그리워지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하얀 등대가 있는 곳 , 키아마(Kiama) 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엄마도 나도 행복한 꿈을 꾸었겠지. 엄마, 항상 고맙고 사랑해. 앞으로 같이 여행 많이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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