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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마르셀 에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책 소개 


프랑스 문학의 희귀한 보석으로 평가받는 짧은 이야기의 거장 마르셀 에메의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익살스럽고 특이한 인물을 창조하여, 위트와 아이러니와 역설의 배합을 통한 독창적 패러디로 간략하면서도 신랄한 이야기를 구성해온 저자의 소설집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비범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절묘한 반전 뿐 아니라, 긴 여운이 돋보이는 다섯 편의 경이로운 짧은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지은이  마르셀 에메


20세기를 대표하는 짧은 이야기의 거장. 마르셀 에메는 1902년 프랑스 주아니에서 태어났다. 1929년 <허기진 자들의 식탁> 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거리> 로 민중 문학상을 수상했고, <초록빛 암말>, <술래잡기 이야기> , <트라블랭그>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등의 걸작을 남겼으며 영화와 희곡에도 전념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널리스트로서 유명일간지와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시평을 기고했던 그는 1967년 10월 14일에 몽마르트의 생 뱅상이라는 작은 묘지에 묻혔다.


목차 


1.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2. 생존 시간 카드

3. 속담

4. 칠십 리 장화

5. 천국에 간 집달리


출처 네이버 책


더 이상 상상할 수 없게 된 나이. 어느새 나는 파리 몽마르트르 노르뱅 거리에 서있다. 벽과 한몸이 된 그의 삶을 여지없이 마주하게 된 순간. 이 얼마나 감동스러운가.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 이상하리만큼 눈앞에 선하다. 자기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은 마흔세살의 뒤티유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습관처럼 살아가던 그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그의 평온한 삶을 뒤흔드는 것이었다. 자신을 조롱하는 상사를 괴롭힐 요량으로 시작된 그의 초인적인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과감해졌고, 그것은 그를 유명인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가루가루라는 가명으로 재물을 털고, 마치 영웅이나 된 것 마냥 사회면의 사건, 사고를 쫒으며 해결사의 역할을 해나간다. 자기 안에서 확대의 욕구, 자기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싶었던 그는 대중에게 스스로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몇 차례 교도소에 감금되었지만 그에게 감금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소장님께


금월 17일에 우리가 가진 면담과 관련하여, 그리고 작년 5월 15일자의 회람을 참조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리자고 합니다. 저는 <삼총사> 제2권의 독서를 이제 막 끝냈기에 오늘 밤 11시 25분에서 11시 35분 사이에 탈주할 예정입니다. 깊은 존경의 뜻을 전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가루가루 올림 


인간은 그러하다. 가지고 있는 명성도 능력도 어느새 시들해진다. 그리고 곧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 뒤티유윌은 대중들의 관심이 이제 더 이상 즐겁지가 않다. 떠날때가 되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여전히 파리의 한 거리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연민으로 시작된 한 여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사랑은 그를 머물게 했다. 그 둘은 매일밤 사랑을 나누었다. 


어느날 심해지는 두통을 해소하기 위한 요량으로 약을 복용하는 그는, 그 약이 자신이 처음 능력을 발견했을 때 찾아간 의사가 주었던 아스피린 정도로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그 것은 사실 그의 능력을 감소시키는 약이었다. 그녀 곁을 떠날 때 그 집을 통과하다 여느 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질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비로서 부면히 어떤 저항이 있음을 깨달았고 때는 이미 늦었다. 문득 낮에 먹었던 알약이 생각에 미쳤지만 그는 꼼짝없이 담벽속에 갇히고 말았다. 


지금 그는 여전히 돌과 한 몸이 된 채 그 담 속에 있다. 파리의 소음이 잦아드는 야심한 시각에 노르뱅 거리를 내려가는 사람들은 무덤 저편에서 들려오는 듯한 희미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들은 그것을 몽마르트르 언덕의 네거리를 스치는 바람의 탄식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늑대인간 뒤튀유윌이 찬란한 행로의 종말과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사랑을 한탄하는 소리다.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은 몽마르트 언덕의 북서 사면에 실제로 존재한다. 마르셀 에메 광장이라고 불리는 작은 공터에는 아주 특이한 동상이 있다. 사람 하나가 건물 벽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듯한 모습의 동상. 바로 마르셀 에메다. 그가 평생을 보낸 집이 바로 그 근처에 있고, 죽음을 맞은 뒤에도 몽마르트를 떠나지 않은 그의 묘지는 생뱅상에 자리잡았다. 단편 소설의 거장인 그의 문학작품을 토대로 하나의 문화를 만든 셈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비범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 마르셀 에메의 대표작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는 이렇듯 우리의 상상력을 대변한다. 익살스러움을 통해 삶을 풍자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해학적 작품세계는 다른 여러 단편에도 깊게 스며들어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의 이야기들. 나는 몇 번이고 몽마르트 언덕에 다시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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