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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강혜선 외 <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21세기에 들어서 기업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리더십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구비되어야 할 측면으로서 강조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에 있어서도 소통과 화합 혹은 갈등을 해결하는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개인, 국가, 나아가 총체적인 인류의 통합을 꾀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리더십 교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이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류를 향한 근원적인 물음을 통해 진실과 지혜를 접목시켜 더 나은 인재들을 발굴하고, 창의적이면서 도덕적인 리더십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한 때이다. 


<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라는 책은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류의 근원적인 뿌리를 설명하고 있는 신화라는 지적 통섭의 장을 앞서 말한 현 시대의 리더십과 접목시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미, 소통, 신념과 의지, 비전 제시, 창의 혁신, 의사 결정, 관리, 통솔, 정치, 위기관리, 진정성과 성찰, 아름다운 마무리 라는 열 가지 주제를 리더십의 덕목으로 정하고, 이 주제에 걸맞는 신화적 소재를 광범위한 영역까지 조사하여 결합하고 있다. 


비극과 아픔을 이해하는 신, 디오니소스 (Dionysus) 


인간의 피를 지닌 디오니소스는 온갖 모순으로 가득한 혼돈과 무의식의 영역에 몸을 담고 있고, 스스로 고통받고 박해받은 신이다. 이러한 상황속에 인간적인 비극 혹은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신화적 존재로서 설명되어진다. 이는 곧 공감이라는 진정성과 연결 되어지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라의 박해를 받아 여러 나라를 다녀온 경험을 통해 헤파이토스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며, 열정적인 예술 혼을 통한 도취의 신으로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당당히 신의 반열에 오른 디오니소스의 일화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감정을 나누며 진정으로 이해하는 덕목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리더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미, 진정성이라는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신화적 요소란 이런 것이 아닐까?



소통의 중요성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대에 소통의 중요성 또한 이루 말 할 수 없을만큼 부각되어져 왔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각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고 이를 리더십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리더십의 기술 중 하나다. 우리는 신화 속 헤르메스적 능력을 이와 같은 소통과 연관지어 살펴 볼 수 있다. 제우스의 뜻을 신속히 전달하고 실행해야 하는 헤르메스는 늘 길 위에 있어야 했다. 모든 길에 능통한 헤르메스를 사람들은 수호신으로 각별히 모시곤 했다. 하늘과 땅은 물론 이승과 저승까지 드나드는 그는 '자유'와 소통의 '개방성'을 대변한다. 모든 대립하는 것들 사이의 중재나, 소통을 통한 문제의 해결 등에 능통한 것은 상인들이 으뜸으로 섬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마디로 정보화 시대에 정착하고 있는 우리의 네트워킹과 트레이드의 명수였던 것이다. 균형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대립을 넘어서 펼쳐진 새로운 비전 또한 끊임없이 추구했던 헤르메스는 기업간의 경쟁적 구조에서 볼 때,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대립의 의미와 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바람직하게 설게할 수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리더의 신념과 의지 


이러한 진정성과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끄는 데 있어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리더의 신념과 의지다. 위대한 일은 위대한 뜻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훌륭하고 가치있는 뜻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초석을 다지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치열한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현 시대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하고 있으며, 이는 강인한 신념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일관성은 이와 같은 리더로서의 신념을 지켜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념과 의지의 화신 영웅 아이네아스는 트로이가 멸망한 후 피난을 떠나 이탈리아에 도착해 도시를 세워 로마 건축의 초석을 닦은 영웅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을 해치며 여러가지 방해 요소들에 절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견뎌냈던 아이네아스의 신념이 없었더라면 시대의 영웅이라는 극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창의적인 기술을 통한 힘의 원형성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로서 그 기술력을 대변하는 헤파이스토스는 창의적인 기술을 통한 힘의 원형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화 속 헤파이스토스의 모습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외눈박이에 못생기고 절름발이 불구로 표현되고 있는 그는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몰입형 괴짜라는 표현으로 설명되어지는 헤파이스토스는 리더나 기업가들이 통솔하기 까다로운 과제와 같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천재 혹은 괴짜들이 만들어내는 창의력을 이끌어내고 활용할 수 있으려면, 그들이 미쳐서 일할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확실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며,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연관되어 설명하자면 통찰을 통한 그들의 창의력을 눈여겨보고, 도덕적이며 이타적인 판단의 결여가 창의성과 연결지어 질 때 얼마나 삭막하고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해 둔다면 인재를 키워나가는 데 있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헤파이스토스 (Hephaistus) 의 현대판 스티브 잡스(Steve Jobs)


헤파이스토스의 현대판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을 수 있다. 몰입형 괴짜라 불리는 측면에서 살펴볼 때,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상품들을 만들어 냈던 것은 물론 그 방식 또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파이스토스를 표현한 몰골과 비유를 할 때에는 스티브 잡스의 고집불통인 괴팍함 혹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인식과 맞먹는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의지, 앞서 말한 비전 제시를 통한 구성원들과의 조화나 공유하는 능력을 볼 때 시대가 인정하는 천재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공통점을 통해 창의적인 발상이 기업을 이끌고 성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인정하게 되었지만, 한편 걱정스러운 우려의 질문을 던지며 도덕적인 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스티브 잡스에게서 헤파이토스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발견하는 한편, 오늘날 세계 경제를 길고 긴 어둠의 터널 속으로 밀어 넣은 월가의 금융 엘리트들에게서 다이달로스적 불감증을 감지한다면 무리한 비유일까?  그들이 섬기는 소수 자본가인 경제권력자를 위해 부당하지만 합법적으로 치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바친 장본인이 경제 분야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었다. 이 사실은, 건전한 도덕감각을 상실한 지능, 맹목의 도구 이성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리더십,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말하다. 


신화에서 보여지는 제우스는 지극히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분쟁을 조정하는데 탁원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신들의 지배자로서의 민주적인 요소란 과연 어떤 것을 뜻하는가? 바다를 다스리는 포세이돈은 제우스의 형제이며, 지혜의 여신이라 불리는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와 한 지방의 수호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하게 된다. 팽팽한 접전 속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 경합에서 판결을 맡게 된 제우스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신을 경배하는 일은 그 지방에 사는 이들의 몫이니, 수호신을 결정하는 일은 신을 모실 당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우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지향하고 있는 바람직한 형태의 것임에 분명하다. 가장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접근 방식으로서 '겪어야 할 당사자에게 물어라' 라는 그의 현명함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원만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은 구성원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원적인 역할은 물론, 그들 스스로가 합리적인 해결방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인이 가져야 할 리더의 덕목 중 하나의 주제로 이를 꼽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책을 덮으며 


흔히 사람들은 리더의 덕목을 합리적인 의사결정, 혹은 진정성이나 목표라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에서의 요소들을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는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여러가지의 요소들을 인지하는 데 있어 그 성격을 개별적으로 바라보는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리더십이라는 것은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하여 통합되었을 때, 그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생겨나고 사람들과의 화합이나 소통이 필연적인 환경에서, 이와 같은 리더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근원적인 뿌리를 찾는 학자들의 노력은 가히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에게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갈등과 쟁점들의 해결방안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까닭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주고 있는 점에서 본받아야 할 점이 굉장히 많다. 과거라는 틀 안에 그저 허구적인 상상으로만 생각되어 왔던 신화라는 요소와, 현재라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연결하고 이해시켜 미래로 향한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준 이 책으로 많은 것을 배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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