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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친 여행을 꿈꾼다

삶과 죽음의 공존. 갠지스 강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화장터에서는 시체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힌두교인들의 성지. 갠지스 강. 바라나시.

365일 쉬지 않고 열리는 이 의식 가운데서 죽음을 맞기 위해, 이들은 멀고 먼 길을 향한다. 

잿더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마도 나는. 울먹였을지도 모르지.



죽음과 마주치는 것이 새삼 두려웠거나, 

혹은 애처로웠던 것이 아니였다. 

삶의 마지막에서 조차, 죽은 자의 의자는 변함이 없었고,  

카스트에 의해 철저하게 분리된 그들의 생은

죽음 앞에서도 평등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시체를 태우는 화장장의 잿더미들이 흩뿌려지는 가운데, 

미처 타지 못한 주검들은 강가에 내던져질 뿐이다.


재단으로 쓰일 나무를 살 여력조차 없었던 사람들. 

계급으로 인한 부의 차이가 여지없이 삶의 끝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꼴이라니.



곧 신에게 닿을 듯, 높게도 올린 재단에서 울려퍼지는 상여꾼들의 노랫소리와, 금으로 치장된 장신구들의 치렁대는 소리가 나는 참 슬프다. 

안타까웠다. 


흰색 천에 감싸 있는 싸늘한 시체. 

비죽대고 나와 있는 검은 발.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아들인 듯 보이는 한 청년,

그는 아마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성스럽고, 축복받은 이 의식속에서 저는 결코 눈물을 흘릴 수 없습니다. 라며, 내미는 손수건을 정중히 거절하던.



하지만 나는 그의 눈물을 보았다. 


채 타지 못한 아비의 시신을 앞에 두고 울 수 조차 없는. 

그러나 이 곳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하는 그. 

죽음과 육체를 응시하며 

한 동안 침묵으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VARANASI . INDIA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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