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만을 고집함으로써 나는 많은 것들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 생에선 내가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이었다. 굳이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까지 다 가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또 어떤 길들은 다음 생을 위해 남겨둬야 할 길들이었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중
가슴으로 마주하는 인도의 작은 골목길들은,그래서 인지 더욱 절실하다.
어딜가나 더럽고, 시끄럽고, 사기가 난무하는 북새통이 나는 그립다.
내가 걸어야 할 길, 다음 생이 아닌 현재에 걷고 있던 그 길이 행복했다.
갠지스 강에서 마주친 모든 이들의 무표정 속에서,영적인 계시를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변덕스럽고 요란스러운 그들의 손짓, 몸짓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 신을 향한 그들의 간절함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깨달음을 통한 삶의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서 문득, 이 곳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멀미나는 골목길을 걷는다.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걸어온 발자국을 되새김질 하기 바쁘다.
기울어진 골목길에서 나는 또 선택을 해야만 한다.
길을 똑바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바쁘지 않은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VARANASI. INDIA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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